2026년 2월 4일 수요일

D&O보험의 전략적 승리: 하만이 입증한 M&A 방어의 정석

삼성전자 전장 사업의 핵심 축인 하만이 미국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를 거두며 수년간 이어진 법적 공방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수백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하는 차원을 넘어, 대규모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재무 리스크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와 관련된 최후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번 판결의 전말과 시사점을 분석한다.


법적 분쟁의 배경과 쟁점

사건의 발단은 2017년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부 주주들은 경영진이 기업 가치를 저평가하여 삼성전자에 유리한 매각 조건을 형성했다는 이유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하만은 경영상의 리스크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2022년 2,800만 달러(약 400억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며 분쟁을 종결지었으나, 이후 보험사들이 합의금 지급을 거절하며 이른바 '2차 법정 다툼'이 시작되었다.

보험사 측은 이 합의금이 사실상 인수가격의 사후 인상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보험 약관상의 거래 가격 상승 배제 조항인 '범프업 조항(Bump-Up Exclusion)'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미국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하만의 합의금 지출이 경영진 면책과 소송 방어를 위한 정당한 비용임을 인정하며 하만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전략적 시사점과 임원책임보험의 유용성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 운영 및 향후 글로벌 M&A 전략에 있어 다음과 같은 중대한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경영권 보호를 위한 임원책임보험의 전략적 가치 입증이다.

이번 사례는 기업 경영진이 직면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관리함에 있어 '임원 및 기업 배상책임 보험'이 얼마나 치명적인 방어 수단이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대규모 M&A와 같이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에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따르는 개인적·재무적 책임을 보험 체계로 전가함으로써, 경영진이 위축되지 않고 과감한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안정적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둘째, 재무적 불확실성의 완전한 제거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후 수년간 따라붙었던 주주 소송 리스크와 그에 따른 부대 비용 부담을 완전히 털어냈다. 이는 하만의 재무 구조를 한층 견고하게 만들며, 확보된 자금을 미래 기술 투자나 운영 효율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셋째, 글로벌 M&A의 법적 방어 선례 구축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규모 기업 결합 시 발생하는 주주 합의금을 보험 체계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강력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향후 삼성전자가 추진할 대형 M&A 과정에서도 유사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번 판결에서 입증된 논리는 기업의 정당한 방어권을 수호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결론

하만의 승소는 단순한 금전적 이득을 넘어 삼성전자 전장 사업의 '클린 엑시트'를 의미한다. 과거의 잔재를 털어낸 하만은 이제 삼성전자의 전장 및 오디오 부문 핵심 계열사로서 더욱 공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리스크 관리가 곧 수익 창출로 직결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적절한 보험 설계와 법적 대응을 통해 기업 가치를 수호하는 리스크 관리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델라웨어 대법원 판결로 본 M&A 리스크 관리

- 임원책임보험의 보상액 증액 제외 조항 논란과 시사점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주 집단소송과 그에 따른 합의금 배상 책임은 기업 경영진에게 상존하는 거대한 리스크다. 최근 델라웨어 주 대법원은 하만 인터내셔널 인더스트리(Harman International Industries)와 보험사 간의 분쟁에서 보험 계약자의 손을 들어주며, 임원 책임보험(D&O)의 효력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기념비적 판결을 내렸다. 이는 보험사가 '보상액 증액 제외 조항'을 방패 삼아 보상 책임을 회피하던 관행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평가된다.

사건의 발단과 쟁점

2017년 삼성전자에 인수된 하만 인터내셔널은 인수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위임장 설명서를 제공하여 저가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이후 2022년 2,800만 달러 규모의 합의가 승인되었으나, AIG와 처브(Chubb) 등 보험사들은 해당 합의금이 사실상 '인수 가격의 증액'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보험사들이 내세운 근거는 '보상액 증액 제외 조항(Bump-up Exclusion)'이었다. 이 조항은 기업이 인수가격을 실질적으로 인상하는 성격의 합의금을 지급할 경우, 이를 보험 보상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사 측은 주주들에게 지급되는 합의금이 당초 낮게 책정된 거래 대가를 보전하는 성격이므로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과 법리적 해석

델라웨어 주 대법원의 판결은 엄격한 요건 해석에 기초했다. 법원은 보상액 증액 제외 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고 보았다. 첫째는 주주들이 주장하는 거래 가격의 불충분함이며, 둘째는 합의금이 실질적으로 인상된 거래 대가를 나타내야 한다는 점이다.

법원은 하만 사건에서 첫 번째 요건은 충족되었으나, 보험사들이 두 번째 요건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즉, 합의금이 주주들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일 뿐, 이를 곧바로 인수 가격의 직접적인 인상분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번 판결은 보험사가 모호한 조항을 근거로 보험 계약자의 권리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D&O 보험 시장에 미치는 파장과 전망

하만 측 변호를 담당한 오리 레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보험 계약자의 중요한 승리"라고 규정했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기업 거래 관련 소송에서 보상액 증액 제외 조항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하며 보상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델라웨어 대법원은 이러한 조항의 적용이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와 약관의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결정되어야 함을 명시했다.

이는 앞서 발생한 타워스 왓슨(Towers Watson) 사례와 대조를 이룬다. 2024년 버지니아주 연방법원은 타워스 왓슨의 합병 관련 합의금에 대해 보상액 증액 제외 조항을 적용하여 보험사의 면책을 인정한 바 있다. 이처럼 법할권과 구체적 약관에 따라 판결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델라웨어 주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증권 소송에서 보험 계약자의 방어권을 강화하는 강력한 판례적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업들은 M&A 추진 시 D&O 보험 약관의 제외 조항을 더욱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보험사 또한 면책 조항의 적용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더 높은 증명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번 판결은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주주 보호, 그리고 보험 계약의 신뢰성 사이에서 법원이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026년 1월 27일 화요일

뮌헨리, ESG 탈탄소 로드맵 가속

2025년 12월, **Munich Re**가 내놓은 ‘앰비션 2030’은 ESG 전략 문서라기보다 금융 권력이 스스로의 생존 방식을 재정의한 선언에 가깝다. 이 로드맵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핵심 변수이며 자본 배분의 기준이라는 점이다. 

재보험사는 위험을 가격으로 환산하는 산업이다. 무엇을 인수하고 무엇을 거절할 것인지는 단순한 사업 판단을 넘어, 어떤 산업이 존속 가능한지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규제 장치로 작동한다. 뮌헨리는 이번 로드맵에서 그 권한을 전면적으로 사용했다. 석탄 산업을 향해 ‘2040년 이후 보험 없음’을 선언한 대목은 상징적이다. 이는 특정 기업의 배출량 감축을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 전체를 ‘보험 불가능한 영역’으로 밀어내겠다는 의미다. 보험이 없다는 것은 사고를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고, 이는 곧 사업 지속성의 붕괴로 이어진다. 
 
주목할 지점은 보험 인수와 투자 전략을 동시에 탈탄소 경로에 정렬시켰다는 점이다. 과거 많은 금융기관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는 친환경을 말하면서도, 보험이나 대출 영역에서는 화석연료 산업을 유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뮌헨리는 이 균열을 봉합했다. 위험을 인수하지 않고, 자본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이중 차단은 화석연료 산업에 있어 사실상의 금융 봉쇄에 가깝다. 
 
"기후는 명분이 아니라 손익계산서가 되었고, 금융은 가장 먼저 출구를 닫는다."
투자 전략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보인다. 인프라·부동산에는 배출집약도 기준을, 상장 주식과 회사채에는 절대 배출량 기준을 적용했다. 이는 ESG가 추상적 가치 판단이 아니라, 자산 특성에 맞춘 정교한 관리 기법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배출집약도는 앞으로 기업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매출을 내더라도 탄소를 덜 배출하는 기업이 더 낮은 자본 비용을 누리게 되는 구조다. 효율 없는 성장은 이제 리스크로 분류된다. 
 
"기후는 명분이 아니라 손익계산서가 되었고, 금융은 가장 먼저 출구를 닫는다." 
 
이번 로드맵은 최근 금융권의 ‘기후 연합체 탈퇴’ 흐름 속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반독점 규제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 집단적 약속은 후퇴했지만, 뮌헨리는 오히려 개별 기관 차원의 실행력을 강화했다. 이는 기후 대응의 무게중심이 선언적 연대에서 실제 포트폴리오 관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말보다 숫자, 약속보다 계약 조건이 중요해진 것이다. 
 
재보험사의 이러한 선택은 도덕적 각성이라기보다 냉정한 계산의 결과다. 기후 변화로 인한 대형 재해는 이미 재보험사의 손익계산서를 직접적으로 흔들고 있다. 홍수, 폭염, 산불이 ‘이례적 사건’이 아니라 ‘상수’가 된 상황에서, 그 원인을 키우는 산업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스스로의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행위다. 앰비션 2030은 이상주의가 아니라 자기보존의 전략이다. 
 
이제 기업들에게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보험과 자본 조달의 문턱은 빠르게 높아질 것이다. 둘째, 배출집약도를 줄이지 못하는 기업은 성장하더라도 시장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기후 솔루션 영역에는 전례 없는 자본 유입이 예상된다. 위기는 동시에 기회다. 
 
뮌헨리의 로드맵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사업은 기후 리스크를 줄이는가, 아니면 키우는가?” 금융은 이제 그 질문에 숫자로 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답변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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