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30일 일요일

EU 순환경제법과 리퍼비시 시장의 급부상

6,200만 톤의 경고와 기회: 순환경제 시대, 리퍼비시(Refurbish) 시장이 답하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그리고 수많은 디지털 기기들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만, 그 수명을 다하는 순간 거대한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전자폐기물(E-waste)'은 현대 문명이 직면한 가장 불편한 진실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엽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와 함께 급부상하고 있는 '리퍼비시(Refurbish)' 시장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는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PWS 블로그에서는 전 세계 전자폐기물 현황과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전략적 변화를 심도 있게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1. 6,200만 톤의 무게: 감당할 수 없는 선형 경제의 한계

2022년 기준,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무려 6,200만 톤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0년 대비 82%나 급증한 수치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전자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처리 방식의 불균형입니다. 공식적인 수거율은 40.6%에 그치고 있으며, 문서화되어 체계적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22.3%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막대한 양의 자원이 단순히 매립되거나 비공식적인 경로로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자원의 채굴에서 폐기로 끝나는 기존의 '선형 경제(Linear Economy)'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시사합니다.

2. EU의 결단: 규제는 혁신의 촉매제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은 '순환경제법'을 통해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습니다. EU의 규제는 단순히 쓰레기를 잘 치우라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제조사에게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의무화하고, 폐기물에 대한 확장생산자책임(EPR)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2030년까지 수거율을 6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와, 태양광 패널 및 풍력 터빈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설비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기업들에게 "만들고 파는 것"으로 끝나는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입니다.

3. 리퍼비시(Refurbish), '중고'를 넘어선 '재탄생'

규제의 파고 속에서 기업들이 찾은 해법은 바로 '리퍼비시'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단순한 '중고(Used)' 거래와는 명확히 구분됩니다. 리퍼비시는 제조사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품을 분해, 세척, 부품 교체 및 성능 테스트를 거쳐 신제품에 준하는 상태로 '재정비'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글로벌 IT 기업인 레노보(Lenovo)의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레노보는 유럽 14개국에서 인증 리퍼비시 서비스를 출시하며, 기업 고객들의 IT 예산 절감과 탄소 발자국 감축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레노보가 수거한 기기의 약 70%가 재사용되거나 재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리퍼비시가 단순한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실질적인 자원 순환 모델임을 증명합니다.

4. 지속 가능성의 경제학: 환경과 이익의 교집합

"전자제품의 사용 기간을 30%만 연장해도, 연간 탄소 배출량을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다."

이 데이터는 리퍼비시 시장의 존재 이유를 가장 명확하게 설명해 줍니다. 기업 입장에서 리퍼비시는 규제 대응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ESG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입니다. EU의 추산에 따르면 자재 관리 개선만으로도 중공업 부문에서 연간 2억 3,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 친환경은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맺음말: 순환하는 것이 살아남는다

과거의 경제가 '소비'에 방점을 두었다면, 미래의 경제는 '순환'에 그 가치를 둘 것입니다. 6,200만 톤이라는 전자폐기물의 숫자는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동시에 리퍼비시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PWS는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순환경제 모델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자 하는 고객 여러분께 PWS만의 깊이 있는 인사이트와 전략을 제공하겠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여정, PWS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NGFS 기후 시나리오, 5년 만의 전면 개정과 그 함의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관리하라: NGFS가 다시 쓴 기후 리스크의 정의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환경 보호의 차원을 넘어, 금융 안정성 자체를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기후 리스크가 부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녹색금융시스템네트워크(NGFS)가 발표한 기후 시나리오 분석 가이드의 전면 개정은 글로벌 금융 규제 및 감독의 흐름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사건입니다. 5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개정은 그간의 경험과 최신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에 보다 실질적이고 정교한 실무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 PWS 블로그에서는 이번 NGFS 개정안의 핵심 내용과 그것이 금융 시장에 던지는 함의를 깊이 있게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1. 과거의 데이터로는 미래의 위험을 볼 수 없다: 기후 리스크의 재정의

금융 산업은 전통적으로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의 위험을 예측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이러한 경험적 접근 방식이 통용되지 않는, 이른바 "역사 데이터로는 포착할 수 없는 미래형 위험(future-type risk)"입니다.

NGFS의 이번 개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기후 위기가 초래할 물리적 피해와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경제적 충격은 전례가 없는 비선형적인 경로를 따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전 영란은행 총재가 "기후 변화는 금융 안정성에 대한 '지평선의 비극(Tragedy of the Horizon)'"이라고 경고했듯, 현재의 단기적 시각으로는 다가올 거대한 위험을 과소평가하기 쉽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시나리오 분석을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닌, 감독 및 정책 도구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격상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집니다. 이는 금융권이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기후 리스크를 정량화하고 관리 체계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이미지 출처 NFGS 기후 시나리오 데이터베이스

2. 장기 비전과 단기 충격의 통합: 2030년 시나리오의 도입

이번 개정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혁신적인 변화는 '단기 시나리오'의 도입입니다. 기존 NGFS 시나리오가 2100년까지의 장기적인 경로에 집중했다면, 새롭게 추가된 단기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의 시계를 다룹니다.

이는 매우 현실적이고 시급한 요청에 대한 응답입니다. 당장 내일 발생할 수 있는 극한 기상 이변이나, 각국 정부의 급격한 탄소 정책 변화가 금융 시장에 미칠 즉각적인 충격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100년의 먼 미래뿐만 아니라, 당장 우리 눈앞에 닥친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실질적인 도구가 마련된 것입니다.

또한, 이번 개정은 물리적 리스크(기후 재난, 생산 차질 등)와 이행 리스크(탄소 가격 상승, 기술 변화 등)가 거시경제 및 금융 시스템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정교한 체계를 제시합니다. 이는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넘어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진단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3. 실무로의 전환: 분석을 넘어 행동으로

NGFS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분석 결과가 실제 금융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함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분석은 더 이상 연구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 정책 및 감독 분야: 정책의 비용-편익 분석, 금융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 점검, 그리고 감독기관의 리스크 판단 기준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 금융회사 실무: 금융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포트폴리오의 기후 회복력을 평가하며, 나아가 자본 규제 및 리스크 관리 체계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특히 강조되는 부분은 '투명성'입니다. 기후 시나리오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감독당국이나 금융회사가 분석 결과를 공개할 때, 사용된 가정과 모형, 데이터의 한계를 명확히 설명하여 시장의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한 통찰입니다.


맺음말: 금융의 새로운 언어, 기후 시나리오

NGFS의 이번 전면 개정은 기후 리스크 관리가 금융 산업의 '뉴노멀(New Normal)'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기후 시나리오 분석 능력은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전통적인 금융 리스크와는 질적으로 다른,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NGFS가 제시한 새로운 나침반은 불확실한 기후 시대의 항해를 시작하는 금융인들에게 필수적인 가이드가 되어줄 것입니다. PWS는 앞으로도 이러한 글로벌 금융의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고객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과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1월 22일 토요일

리콜은 이미 늦다: 일본 기업들이 사고를 '예언'하는 방법

NITE 2024 사고 정보 해석 보고서의 시사점 

오늘은 일본의 제품안전기반기구(NITE)에서 발행한 **「2024년도 사고 정보 해석 보고서」**를 심층 분석하여, 현대 사회의 제품 안전 이슈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사유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새로운 형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NITE의 보고서는 단순한 통계 자료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안전의 사각지대를 명확히 비추고 있습니다.


1. 편리함의 역설: 일본 제품 사고의 새로운 특징

2024년 일본의 제품 사고 트렌드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에너지의 소형화'**와 **'국경 없는 소비'**가 낳은 부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에 발생한 제품 사고 중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배터리류충전기였습니다. 이는 과거 가구 파손과 같은 물리적 결함이 주를 이루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입니다.

"작은 거인이 불을 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역습"

최근에는 리튬이온 배터리(LIB)를 탑재한 모바일 배터리나 포터블 파워 뱅크의 화재 사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아웃도어 활동 증가와 재난 대비 의식이 높아지면서 포터블 전원의 수요가 늘었고, 이에 비례해 사고도 증가 추세를 보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인터넷 통신 판매(E-Commerce)**를 통한 사고 제품의 유입입니다. 인터넷 쇼핑으로 구매한 제품의 사고 비율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렴하고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해외 제품들이 여과 없이 소비자에게 도달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2. 규제 당국의 칼날: '사후 처리'에서 '진입 장벽'으로

이러한 사고의 특징 변화에 대응하여, 일본 규제 당국(경제산업성 등)은 시장의 자정 작용을 기다리기보다 강력한 법적 장벽을 세우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가스 토치'에 대한 규제 강화입니다. 캠핑 붐과 함께 저가형 가스 토치에서 가스 누출 및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이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2025년 2월부터는 국가가 정한 안전 기준을 충족하여 'PSLPG 마크'를 획득한 제품만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국경을 넘나드는 위해 제품을 막기 위해 **「소비생활용제품안전법」**을 개정했습니다. 해외 사업자가 국내 수입자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직구 형태 등)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일본 국내에 책임자(국내 관리인)를 두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시장에 발조차 들일 수 없게 하겠다."

이는 규제 당국이 단순히 사고 후 리콜을 명령하는 수동적 입장에서, 유통 단계부터 책임을 명확히 하는 능동적 감시자로 변모했음을 의미합니다.


3. 기업의 대응: 데이터 기반의 '예측'과 '선제적 조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의 대응 방식 또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결함 부품을 교체해 주는 차원을 넘어, **데이터를 활용한 리스크 평가(Risk Assessment)**가 핵심 프로세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NITE는 사고 정보를 시나리오화하여 검색할 수 있는 SAFE-Pro라는 툴을 개발하여 기업에 제공하고 있으며, 파나소닉 홀딩스와 같은 대기업들이 이를 리스크 평가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구체적인 대응 사례:

  • 청소기 배터리 화재: 특정 기간 제조된 배터리 셀의 품질 관리 문제를 파악한 후, 해당 셀이 사용된 다른 제품군(스피커 등)까지 선제적으로 리콜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 침대 손가락 끼임 사고: 설계상의 근본적 문제(가동부가 노출된 구조)를 인정하고, 단순 주의 문구 추가가 아닌 물리적인 '보호 파츠'를 무상 배포하는 적극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 인터콤 소손: 기판의 코일 부품에 부적절한 난연제가 사용되어 절연 성능이 저하된 것을 발견하고 개선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왜 사고가 났는가?"를 넘어 "어떤 시나리오로 사고가 날 수 있는가?"를 예측하고 방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4. 시사점: 안전은 기술과 인구 구조의 교차점

이번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제품 안전이 단순히 기술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제설기 사고 데이터는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일본 내 제설기 사망 사고의 대다수가 60세 이상의 고령자에게서 발생했습니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신체 능력 저하와 위험 기계 사용이 맞물릴 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기계 자체의 결함보다는 사용자의 부주의나 조작 미숙이 큰 원인이지만, 이를 "사용자 과실"로만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얻어야 할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안전의 양극화 경계: 저렴한 해외 직구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안전의 격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가성비' 속에 숨겨진 '안전 비용'을 인지해야 합니다.

  2. 규제의 사각지대 해소: 플랫폼 경제와 직구 활성화에 발맞춰, 해외 판매자에게도 국내 법적 책임을 묻는 '국내 관리인 지정' 제도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인구 통계학적 설계: 고령화 사회의 제품 안전은 사용자의 인지 및 신체 능력 저하를 고려한 'Fail-Safe(오작동 시에도 안전한)'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안전은 기업의 양심, 정부의 규제, 그리고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라는 세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지켜질 수 있습니다. 이번 NITE의 보고서는 그 톱니바퀴를 어떻게 다시 조여야 할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침서라 할 수 있겠습니다.

EU 순환경제법과 리퍼비시 시장의 급부상

6,200만 톤의 경고와 기회: 순환경제 시대, 리퍼비시(Refurbish) 시장이 답하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그리고 수많은 디지털 기기들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만, 그 수명을 다하는 순간 거대한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